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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'쎄븐' 오프닝 시퀀스

by vovona 2015. 10. 9.


카일 쿠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두 편의 영화가 있다. 바로 <쎄븐>과 <도니 브래스코>다. 이 영화들의 DVD 음성해설 역시 쿠퍼의 작업 과정을 짐작하는 데 꽤 유용하다. 먼저 <쎄븐>의 타이틀 시퀀스는 수백 편의 영화와 광고에서 모방할 정도로 선구자적인 작품이다. “<쎄븐>의 오프닝을 따라 한 영화 17편과 광고 8백만 개를 봤는데, 이 오프닝이 가장 아름답다”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자화자찬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. 핀처와 쿠퍼는 연쇄 살인자 존 도가 강박적으로 살인에 관한 책을 만드는 과정을 타이틀 시퀀스에 압축해 보여 주기로 했다(이는 쿠퍼가 <알라바마 이야기>의 오프닝에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하다). 면도날과 바늘, 편집증적인 글씨와 사진들을 이미지 소스로 활용했으며 흔들리는 글씨로 크레딧을 만들었다. “이게 바로 존 도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. 세상이 약간씩 흔들리고 뭔가 잘 안 맞는 것.” 핀처의 설명이다. <쎄븐> DVD 서플먼트에는 이 오프닝에 대한 카일 쿠퍼의 해설도 담겨 있다. “나는 존 도가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. 연쇄 살인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미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싶었다.” 하지만 정말 미쳤던 건 쿠퍼 자신이 아니었을까? 그는 직접 모든 프레임을 바늘로 하나하나 긁어 이 전대미문의 효과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했다. 이 모든 과정이 순전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. 쿠퍼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고통스런 수작업과 전통적인 옵티컬로도 이처럼 세련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.

- Film 2.0의 한선희 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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