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주 오래전이지만,
다시 태어난다면 열대의 따뜻한 바다 속에서 사는
물고기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.
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,
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,
저 예쁜 산호초들 사이에서 헤엄치는 것만이 전부인
단순한 삶이 그리웠다.
그 다음에는 아주 명확한 목적으로 만들어진
하나의 물건이 되고 싶었다.
이를 테면 연필이 되어 평생 글자만 쓴다거나,
지우개가 되어 평생 무엇인가를 지우기만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.
나는 누군가 '너는 무엇때문에 태어났으니
그것만 하고 살아가면 그만이다'하고 이야기 해주기를 원했다.
인간이란 왜 이렇게 복잡한 뇌를 가지고 태어났을까?
바라는 것도 많고, 원하는 것도 많고, 얻고 싶은 것도 많고,
실망도 잘하고, 후회도 잘하고, 변심도 잘한다.
이 길로 걸어가면서 저 길이 아닌가 갈등한다.
끝없이 복잡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또 단순해지고 싶어하고
단순한 것에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면서 금방 실증을 낸다.
하고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에 발목을 잡히고,
해답없는 사랑에 한 눈을 팔면서 자신을 잃어간다.
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구속이 없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한다.
결국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사라지고
텅빈 손으로 삶의 나머지 날들을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닐까?
@황경신
'overflow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드라마 파스타 움짤 (0) | 2014.03.27 |
---|---|
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움짤 (0) | 2014.03.27 |
프로파일러의 일베 분석 (0) | 2013.12.21 |
너한테 상처주고 싶어 (커피프린스 1호점) (0) | 2013.12.21 |
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(0) | 2013.12.21 |